한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가 두 이름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사연과 그리운 어머니 한영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방 후 대국의 간섭 속에 나라가 어지러운 때, 서울신문사에 미군정의 허가 하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난장판을 만든다. 사주 홍명희는 기자의 취재활동을 간섭하지 말라며,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호통을 친다. 일제강점기 시기, 검사 이마무라였던 경찰 사찰과장 안기도는 계속 미군정을 거부하면 신변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의를 준다.
홍명희는 서기자, 윤기자가 김일성 장군 초상을 가져와 싣기로 한 일을 편집국장 형진과 상의하고, 신옥에게는 장군이 길림에서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한영애를 찾는다며 혹시 아는 사람인지 묻는다.
안기도는 형진의 집에 찾아와 한영애에 대한 질문을 하며 사실 한영애와 부인 한신옥이 동일인이라고 알려준다.
신문사의 경계가 더 삼엄해지지만 신옥은 민족의 영웅을 보는 것이 민중의 소원이니 김일성의 초상을 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홍명희도 그건 겨레의 대업이라며 다시 힘을 낸다. 한편 형진은 안기도에게 들은 신옥의 과거를 곱씹을수록 자신까지 속였다는 것에 신옥에게 거리감이 든다.
과거 하얼빈 지하조직 사건으로 1930년 15년 형을 선고받은 한영애는 3년 만에 출소하고 나서야 자신을 밀고자로 만들어 변절자 낙인을 찍어 회유하려던 일본의 계획을 알게 된다. 이에 한영애는 변절자 한영애라는 이름은 장군에게 누가 되니 한신옥으로 이름을 바꿔 살기로 한다.
한편 미군정정보국은 서울신문의 초상 이동 계획을 알게 되고, 안기도는 열성 혁명가였던 신옥이 나설 것에 대비해 감시를 더 강화한다. 그러나 정작 형진이 임무를 맡아 집을 나서고, 그는 희망도 없이 타락했던 자기를 일으켜 준 신옥을 의심하고 불신했던 일들을 뒤늦게 반성한다.
깊은 밤 신옥은 감시를 피해 집을 나와 펌프트롤리를 타고 철로를 질주한다. 가까스로 형진과 38선을 넘은 두 기자를 만나고, 본인이 초상을 옮기겠다고 한다. 경찰이 초상 전달을 눈치챘으니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것이다. 이후 형진과 기자들은 곧 체포되지만 초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경찰의 작전은 실패한다.
신옥은 차가운 강에서 조선혁명을 위해 목숨도 청춘도 다 바치자고 맹약했던 혁명가의 삶을 떠올리며 헤엄친다. 드디어 새벽녘에 기슭에 오른 신옥은 장군의 초상 앞에서 ‘한별 동지’를 애절하게 불러본다.
며칠 후 구치소에 있는 형진과 기자들에게 서울신문에 김일성 장군의 사진이 실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서울신문 1946년 1월 10일자, 장군의 사진이 실린 신문이 거리에 붙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사와 사진을 보고 있다.
신옥은 붉은 노을 아래 언덕에 서서 하늘을 거침없이 나는 기러기 떼를 본다. 무리에 속하지 않아도 마음은 함께한다는 듯이 끝까지 고즈넉이 바라본다.